본문 바로가기

다이어리

당신의 다이어리, 혹시 다이(Die)어리는 아닌가요?

728x90
반응형

연말 연시가 되면 연례 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다이어리 구매. 겉 표지부터 속지까지 꼼꼼히 따져 가면서 한 해 동안 하루 하루를 채워나갈 생각에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1월 말쯤 되면 다이어리는 날짜와 요일만 적어둔 채 텅텅 비어 죽어가는 ‘DIE어리’가 된다. 그런 상태에서 몇 달 정도가 더 지나고 나면 책상 한 켠에서 먼지만 먹게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인해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가 갖는 매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공혜림씨 (23,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4학년)에게 이런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벌써 5년 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손으로 다이어리를 써온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다이어리 쓰기의 달인이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다이어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3 때 쓰게 된 스터디 플래너 부터 시작된 다이어리와의 인연

그녀가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입시 전문 사이트에서 준 ‘스터디 플래너’가 계기가 되었다. 하루의 공부 계획을 적어두고 완료할 때 마다 하나씩 지워 가면서 성취도를 체크했는데 단기적, 장기적 계획까지 세울 수 있어 철저한 시간 관리가 가능했다. 잘 외워 지지 않는 한자 성어나 영어 단어 역시 플래너 한 켠에 적어 두고 자주 보니까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공부에 관련되는 내용뿐만 아니라 공부가 잘 되지 않는 날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스스로 적어두면서 날마다 다짐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적어두었던 목표 대학의 목표 학과에 입학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플래너를 배포한 입시 사이트에서 플래너 우수 활용 장학생으로 뽑혀 동영상이나 잡지에도 수록되는 등 다이어리 달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혜림 씨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다이어리와 잠시 이별을 고했다고 한다. 빡빡한 계획에 맞춰서 생활했던 고등학교 생활에서 벗어나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일들이 겹치고 생활이 불규칙해 지자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즐기는 것도 계획적으로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후로 해마다 꾸준히 다이어리를 써오면서 그녀만의 노하우가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심플한 디자인의 다이어리에 그 날의 계획과 나만의 생각을 채운단 느낌으로

공혜림씨가 말한 첫 번째 노하우는 다이어리를 고를 때 겉 표지의 디자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가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은 속지인데 되도록이면 간단하고 쓸 공간이 많은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다이어리 자체가 지나치게 꾸며져 있으면 쉽게 질리고 내가 채워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그 이유이다. 또한 다이어리를 ‘꾸민다’는 압박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공혜림씨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사면 그림이며 사진, 스티커까지 동원해서 정말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면 제 풀에 지쳐서 다이어리 쓰기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며, “다이어리는 나 스스로와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지 보여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혜림씨는 다이어리를 쓸 때 두 부분으로 나눈다고 했다. 하나는 해야 할 일을 적어두는 부분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말이나 그날 있었던 특별한 사건을 짤막하게 적어두는 부분이다. 공부 계획이 주를 이뤘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자신의 생각을 적어두는 부분의 비중이 커지면서 다이어리가 더욱 소중해 졌다고 한다. 특히나 그녀에게 있어서 신앙생활이 중요한 일상인데 설교말씀을 듣거나 성경 공부를 하면서 느낀 바를 적어두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심적 안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공혜림씨의 다이어리 속을 샅샅이 살펴 보면 다이어리를 통해 자기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연간 계획에서 시작하여 한 학기, 한 달, 한 주, 마지막으로 하루의 계획까지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적어 뒀을 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 외에 만나야 할 사람들과의 약속까지 빼곡히 들어 있었다. 특히 하루 계획을 세운 부분에서 시간 단위로 다시 쪼개어 적어 두는 부분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공혜림씨는 얼마 전 다이어리를 잃어버리고 진짜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당황했다고 한다. 다행히 다이어리는 다시 찾았다고 했지만, 그 사이 자신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를 잃어버렸을 때 얼마나 당황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꿈을 종이에 쓰면 이루어진다’

요즘에는 스마트 폰으로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싸이 월드나 트위터와 같은 SNS 매체가 일상화 되어있는데 굳이 아날로그식 다이어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공혜림씨에게 물어 보았다.

“저는 ‘꿈을 종이에 쓰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요. 실제로 제가 다이어리를 써보니까 확실히 생각만 했을 때랑은 다르더라고요. 일단 손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저 스스로와 약속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이제 다이어리를 쓰는 것은 저에게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생활에 일부가 되었고 저를 가장 잘 나타내는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저도 싸이월드를 통해서 다이어리를 자주 쓰곤 하는데요, 왠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쓴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다이어리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쓰여지는 순간 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

홍진주/인터넷 **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

진성다이어리
728x90
반응형